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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간의 미국 서부 여행에서 2018년식 닛산 맥시마를 타게 되었습니다. 트렁크가 매우 넓은 임팔라가 배차 되기를 바라며 프리미엄 급을 렌트하였지만, 24인치 캐리어 4개가 아슬아슬하게 들어가는 좁은 트렁크의 맥시마가 배차되었습니다.
빌릴때는 11203마일을 뛴 상태였고, (=17925km)
반납할 떄는 13726마일을 달렸으니(=21962)
그 차이를 구하면 11일동안 제가 이 차로 4037km를 달린 셈입니다. 하루에 약 370km 정도씩 꾸준히 달려온 셈이네요. 서부 여행이 이렇게 위험합니다.
11일간 고속도로, 시내, 그리고 산길을 골고루 달리며 이 차를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처음에 이 차를 받았을 떄에는 재미없고 무난한 보통 세단일 것이라는 일본차에 대한 편견과 또 너무 좁아서 성인 4명으로 이루어진 가족 여행에 쾌적하지 못한 차였기 때문에 기대도 없었고 또 한동안 즐겁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운행기를 써볼 생각도 없었죠. 그러나 이 차에 익숙해질수록 새로이 발견되는 즐거움에 이제는 반쯤 안티 반쯤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잡소리가 길었고, 이 차의 특징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전설적인 닛산의 6기통 VQ엔진을 품은 전륜구동 레이아웃
세계의 10대 엔진에 14년 연속 선정된 닛산의 6기통 3500cc VQ엔진을 품은 이 차는 전륜6, 후륜4의 무게배분을 가진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차를 렌트했을 때에는 갓 2만키로도 안탄 차의 엔진에서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진동과 300마력의 스펙에 못미치는 가속력, 그리고 명품 엔진이라는 명성과는 다른 한박자 느린 리스폰스로 인해서 말 그대로 이 차가 너무 싫었습니다.
말 그대로 너무 실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혹시나 하고 기름통을 통채로 비우고 난 뒤부터 고급유(Premium Unleaded)를 주유했고, 그 이후부터는 거짓말처럼 불만이었던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넘치는 힘과 부드러운 회전 질감과 부족함 없는 엔진 리스폰스, 3000RPM부터 올라오는 오로로롱 거리는 6기통 특유의 소리가 이 차를 새로 보게 만들었죠.
출발할때는 부웅~ 멈출떄는 왜 밀리는 것 같지?
닛산 맥시마를 운전하면서 가장 컸던 불만은 붕-끽-충이 될 수 밖에 없는 세팅이라는 것입니다. 자연흡기 차량들이 저RPM대의 낮은 토크를 커버하기 위하여 악셀 초반에는 밟은 양에 비하여 연료분사량이 많은 세팅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예를들면 현대 아반떼), 이 차는 3500cc 대배기량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유형의 세팅이 적용되어 출발할떄는 아무리 천천히 출발하려고 해도 (붕-) 하고 출발하게 되어 탑승객의 고개가 뒤로 꺾이게 됩니다.
브레이크 세팅은 두단계로 나누어 놓았는데, 약하게 밟는 브레이크 영역에서는 차가 밀린다는 느낌을 많이 주고, 브레이크를 깊게 밟으면 (끽-) 하고 멈추게 됩니다. 그러니까 시내에서 앞차를 의식하여 브레이크를 밟으면 조금씩 밀리다가 더이상 밀리면 안되겠다 싶을때쯤 살짝 더 깊게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그러면 (끽-) 하고 서게 된다는거죠.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세팅이 진정한, 붕-끽-충에 의한, 붕-끽-충을 위한, 붕-끽-충 만의 그런 세팅인거죠. 이건 좀 불만입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언덕밀림방지장치
불만을 얘기하다 보니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네요. 언덕밀림방지장치가 옵션에 분명 있으나, 제 멋대로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언덕이 많은 도시에서는 언덕길에서 너무 뒤로 밀려서 뒷차에 부딛힐뻔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치 수동 운전할때 처럼 오른발로 악셀을 밟고 왼발로 브레이크를 살살 릴리즈 해줘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이런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붕-끽- 세팅으로 인해서 스키드음을 내며 시선을 집중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었네요.
편견과는 달리 큰 불편을 주지 않는 무단변속기(CVT)
CVT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차는 마티즈2 입니다. 힘없는 경차 이미지, 또 CVT라고 하면 단수가 확실히 나뉘지 않은 변속기라는 특유의 매가리 없는 이미지 때문에 스포티한 이미지는 전혀 떠올릴 수 없었는데요, 맥시마에 적용된 자트코의 CVT는 정말 멋집니다. 평소에는 컴포트를 해치지 않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보여주고, 차를 조금이라도 몰아부치기 시작하면 꽤나 빠른 반응으로 RPM을 높여가기 시작합니다.
고무줄 늘어나듯 유연하게 변화하는 CVT의 이미지가 아니라, 악셀의 개도량에 따라 RPM을 신속하게 변화시켜주는 기존의 AT미션 같은 느낌을 주는 멋진 CVT였습니다. 이 차의 파워트레인에는 박수를 주고 싶습니다.
컴포트와 스포츠의 경계에서 조율된 서스펜션
서스펜션은 말 그대로 컴포트와 스포츠의 경계에 있는데요, 편한 승차감이라고 하기엔 단단한 느낌이 있고, 스포티하다고 하기엔 서스펜션의 반응이 느린 느낌이 들 떄가 있습니다.
이 차를 타고 운전할 때의 느낌 자체는 꽤나 멋집니다. 서스펜션이 큰 충격은 잘 걸러주면서, 노면의 자잘한 흠은 민첩하게 읽어서 운전자에게 전달해줍니다. 말이 안되는 표현같지만 실제로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컴포트 한 부분과 스포티한 부분이 공존한다고 표현을 하게 되었습니다.
범프가 연속된 울퉁불퉁한 길에서는 서스펜션이 푸슉푸슉 하고 열심히 위아래로 올라왔다 내려오는 소리가 실내로 전달되나 서스펜션의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 노면을 많이 놓치게 되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단단한 댐핑에 비하여 서스펜션이 움직이는 거리는 긴 편으로 느껴지며, 스프링레이트가 높지는 않은편인지 긴 코너에서 롤은 어느정도 있는 편입니다. 이 부분은 체감을 바탕으로 서술한 것으로 실제 스펙과는 다를 수 있겠습니다.
전륜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느껴지지 않는 언더스티어
맥시마를 처음 받았을 때에는 이 차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2열 좌석의 발쪽 중앙에 올라온 센터터널만 보고 이 차를 후륜인줄 알고 탔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전륜이었습니다. 이게 참 웃긴게... 후륜인줄 알고 탔을 때에는 '이 차 후륜인데 왜 머리가 무거운거 같지?' '내가 알고 있는 다른 후륜차들에 비해서 코너 탈출할때 악셀을 밟을 수 있는 포인트가 한박자 느리지?' 두 가지 의구심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이나면, 머리만 제대로 집어넣고 나면, 악셀을 밟을 수 있는 시점 이후로부터 느껴지는 필링에서는 전륜차의 특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죠.
어렵게 썼습니다만, 전륜인지 후륜인지 모를정도로 코너를 돌아 나가는 감각이 좋은 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공원 초입에 1시간, 그리고 공원을 나오는데 2시간반 정도, 도합 세시간이 넘는 와인딩 코스를 타게 되는데요, 초반에는 30km/h 정도로 돌아야 하는 저속 코너들이 많이 있고, 후반에는 페이스를 올려 70-80km/h로 돌아 나갈수 있는 고속 코너들이 많습니다. 이런 코스를 계속 달리는 동안 이 차는 코너에서 탈출할때 마치 '출구로 빨려 나가는 듯한' 마법같은 코너링을 선사해줬고, 긴 운전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대형 전륜 세단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모두 집어던져 주는 마법같은 경험이었죠.
그런데 핸들이 너무 무거워요
유압식 스티어링이 적용된 이 차는 제가 처음 타보고는 노파워 핸들인줄 알았습니다. 핸들이 매우 무겁고 고속도로에서는 보타를 많이 해줘야 합니다. 이 차의 가장 큰 불만이었네요.
이젠 요약해 보려고 합니다.
2018 닛산 맥시마 3.5 SV를 타본 느낌을 정리하자면
1. 동급의 세단에 바라는 공간에 비해 많이 부족한 느낌이 있다
2. 특히 트렁크가 매우 좁다
3. 3.5L의 6기통 VQ엔진은 '고급유를 넣었을 떄에만' 마법같은 엔진이 된다
4. 붕-끽- 거리게 되는 세팅은 불만
5. 서스펜션의 느낌은 만족
6. CVT는 마티즈에나 들어가는 거라는 편견과는 다르게 매우 훌륭. 심지어 꽤나 스포티
7. 핸들은 너무 무겁다
8. 언급은 안했지만 연비는 너무 나쁨
총평 : 좁지만 좋은 차입니다. 한대 사고싶지만 차를 한대만 사야한다면 사고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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