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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5 (토)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가까운 린츠에서 하룻밤을 묵고 예약해 두었던 차를 픽업하기 위해 아침 일찍 호텔을 나왔다. 호텔 로비에 부탁해서 택시를 불렀더니 금방 호텔 로비 앞으로 택시가 도착했다. 


 택시 기사는 인도인이었고 매우 유창한 영어 덕분에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린츠는 철강산업이 발달한 산업도시라고, 관광객이 많이 찾지는 않는 도시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혹시나 하고 이 도시에서 관광할만한 거리가 있냐고 물었지만, '글쎄, 특별한건 없는거 같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택시 기사는 렌터카 회사의 픽업 카운터 앞에 우리를 내려주고선 '잘츠부르크로 가는 고속도로는 저 쪽으로 가면 탈 수 있어' 라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이런 네비게이션 같은 사람... 짐도 많았고, 사람도 많았고, 또 친절한 기사였기에 9유로 약간 넘는 금액이 나왔지만 20프로 넘는 팁을 붙여 11유로를 내었다. 친절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성수기었기 때문에 렌트카 비용이 매우 비쌌었지만, SIXT를 통해서 예상보다 저렴하게 차를 빌릴 수 있었다. 530D를 모든 보험을 포함하여 48시간 빌리는데 우리 돈으로 38만원 정도가 들었으니, 보험 없는 파사트를 30만원 주고 빌려야 했던 당시의 시세와 비교하면 충분히 잘 빌렸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린츠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이동을 해야 했는데, 린츠에서 잘츠부르크 가는 길은 잘츠캄머굿 지방을 지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잘츠캄머굿에서, 아니 아마도 오스트리아에서, 제일 유명한 호수인 '볼프강 호수'에 잠깐 들렀다가 샤프베르크 산악열차를 타고 샤프베르크 산의 정상에 오르기로 했다.



볼프강 호수의 주변 곳곳에는 이처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확 트인 볼프강 호수의 전경.


 앉아있으면 한참이고 차분히 구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볼프강 호수였지만, 오늘의 갈 길이 멀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샤프베르크 산악열차 타는 곳까지 이동해야 했다. 이동은 국도를 이용해서 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강원도처럼 산이 많은 지형의 잘츠캄머굿 지방의 국도는 꼬불꼬불한 와인딩 로드로 이루어져 있었다.



꼬불꼬불


예쁜 오스트리아의 집들을 지나고


초원도 지나고


또 마을도 지나고


그렇게 도착한 샤프베르크 산악열차 타는곳 바로 옆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바로 출발하는 기차가 있어 빠르게 표를 끊고 열차에 탑승했다. 증기기간차는 칙칙폭폭 연기를 내며 경사가 급한 산을 힘들게 힘들게 조금씩 조금씩 올라갔다.

경사는 요정도 기울어져서 올라간다


산 정상까지 우리를 데려다 준 늠름한 빨간 산악열차


산 정상의 풍경


 샤프베르크 산의 정상에 도착하면 우선 몇시에 내려갈지를 결정해서 내려가는 열차의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선착순이기 때문에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두시간 정도 머물면 충분히 햇살도 경치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샤프베르크 정상에서의 풍경들이다. 










 샤프베르크 산의 정상에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시 산악 열차를 타고 내려와서는 바로 앞에 있는 호수를 잠깐 구경한 후 다시 잘츠부르크로 이동했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해서는 호엔잘츠부르크성에 입장했다. 늦은 시간에 입장했는데 아쉽게도 매표인은 아직 근무중이었다. 꿀팁을 주자면 성의 입장시간이 끝나면 입장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매표인이 퇴근하고 무료입장을 할 수 있다. 내가 구경을 끝내고 내려가는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료입장 중이었다 (아까워ㅠㅠ) 


 호헨잘츠부르크 성은 천연의 요새라는 표현이 참 정확한게 일단 성을 올라가기가 어렵고, 성이 매우 높은 곳에 있어서, 나같아도 안쳐들어 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도 침략당한 적 없는 성이라고 한다. 이 성에서 내려다 보는 잘츠부르크 시내의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그 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방문을 추천하지 않는다. 성의 모양을 한 전망대 라고 생각하면 딱 와닿는 표현이 될려나...


호헨잘츠부르크성에서 내려다본 잘츠부르크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와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게트라이데 거리(게트라이데 슈트라쎄)를 방문했다. 게트라이데 슈트라쎄는 간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인데, 보행자들의 머리 위로 펼쳐져 있는 간판들을 보면 어떤 가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데, 과거엔 문맹이 많았고 문맹들을 위해서 한 곳 두 곳 그림으로 된 간판을 내 건 것들이 이렇게 거리 전체가 아름다운 간판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게트라이데 거리의 간판들


아마도 이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간판들




겨울도 아닌데 호두까기 인형이 보여서 한 컷


이 거리에선 맥도날드조차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NORDSEE(노르트제)에서 랍스터 조금과 소금에 절인 생선 샌드위치를 먹고는 오늘 밤 몸을 뉘일 숙소를 향해 떠났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는 모차르트 광장이 있었는데, 8시 반이 넘어 9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아직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중이었고, 원래 해가 누우면 세상이 빨갛고 노랗게 아름다워 지는 법이지만 이날은 해가 너무 누웠는지 모차르트 광장이 너무 노랗고 너무 빨개서 세기말 같은 느낌이 났다. 그럼에도 아름다웠지만. 



 어느덧 두 번째 오는 잘츠부르크는 미라벨 정원을 제외하면 특별한 볼 거리도, 특별한 먹거리도 없는 곳이지만 그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예쁨에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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