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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2 (수)


 숙소에서 더위를 피하던 나는 해가 좀 사그라들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 체코에 다녀 온 아는 분께서 극찬을 했던 비셰흐라드에 가기로 했다. 바츌라프 광장에서 500미터도 되지 않는 숙소에서 비셰흐라드까지는 걸어가기에는 거리도 꽤나 멀었고, 날씨 또한 우리를 힘들게 했기 때문에 우버를 이용하기로 했다. 오후 6시경에는 우버 수요가 많은 시간이라 20프로의 탄력적 할증이 붙었고, 비셰흐라드까지는 한국돈으로 약 7천원 정도에 갈 수 있었다. 운전자는 파사트 왜건 수동을 운전하는 체코인 할아버지었다. 영어는 전혀 하지 못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버의 시스템으로 인해 매우 편안하게 이동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경험했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메일로 도착한 영수증에는 이동 경로까지 나와서 말이 안통해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바가지 걱정 없이 갈 수 있는 우버의 큰 장점을 다시금 체감했다.


 그렇게 우리는 비셰흐라드에 왔다. 비셰흐라드는 높은 성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체코의 요새였다고 한다. 지금은 연인들끼리 데이트하기 좋은 아주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


 참고로 비셰흐라드는 옛 성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입구도 출구도 없이 사방 팔방으로 드나들 수 있는데, 나는 우버를 부를 때 Lion's Gate 라는 곳으로 목적지를 지정했다. Lion's Gate가 비셰흐라드에 온 것을 환영해주는 멋진 문이라는 평가에다가, 비셰흐라드를 가로지르며 걸어서 불타바 강변까지 걸어서 나간다면 거리상으로도 적당한 멋진 나들이 코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웰컴 투 비셰흐라드


체코의 돌길은 걷는 매력이 있다

캐리어와 함께라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만..


한 집에 M4와 911이 나란히...


Lion's Gate


비셰흐라드의 어느 예배당 앞


이 허름해 보이는 술집 문을 들어가면 엄청나게 넓은 광장이 나온다.


비셰흐라드에서 내려다 본 시가지 풍경


비셰흐라드 내의 공동묘지

체코에 역사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사람만이 묻힐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한다.


비셰흐라드의 성당 #1


비셰흐라드의 성당 #2


비셰흐라드의 성당 #3


비셰흐라드에서 내려다 본 블타바 강의 풍경 #1


비셰흐라드에서 내려다 본 블타바 강의 풍경 #2


비셰흐라드에서 내려다 본 블타바 강의 풍경 #3


 비셰흐라드를 충분히 둘러 보았다고 생각한 나는 블타바 강 방향으로 내려와 강변을 걸어 꽤나 유명한 꼴레뇨 식당인 우 플레쿠(U Fleku)까지 걷기로 했다. 15분 정도 되는 거리지만 날씨는 이미 선선해 졌고, 강변을 걷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족들도 모두 걷는 것을 즐거워했다. 블타바 강을 걷다 매우 오래 된 것 같은 철교를 발견하고는 한번 건넜다 돌아왔다. 철교는 사람과 기차가 함께 강을 건널 수 있는 구조였고, 사람이 걷는 곳은 나무로 바닥이 되어 있었는데, 이게 시간이 흐른 탓인지 나무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거나 곧 빠질 것 같이 되어있는 곳들이 있어서 스릴이 넘쳤다. 어쨌든 잘 건너갔다 잘 돌아오기는 했지만 많이 무서웠다.


바닥이 꽤나 무섭다


철교에서 돌아본 비셰흐라드 방향


유명한 춤추는 빌딩


 비셰흐라드의 강가를 따라 프라하 구시가 방향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젊은 사람들의 아주 즐거운 강변 펍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BBC UK에 서 찾아봤던 정보에 의하면 요즘 프라하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뜨는 핫플레이스 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식사를 하러 우 플레쿠에 가야 했기 때문에 그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들어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지는 못하였지만 나중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내 꼭 비셰흐라드 산책과 함께 강변에서 여유를 즐기리. 그 곳을 지나 계속 걷다 보니 춤추는 빌딩을 만날 수 있었다. 스트리트 뷰에서 봤을 때에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육안으로 보자 춤추는 남녀의 형상을 건물에 녹여 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건물이다.


강변 풍경


그렇게 우리는 우 플레쿠(U FLEKU)에 도착을 했다. 우 플레쿠는 500년 역사의 체코 맥주 펍인데, 돼지 족발을 훈제하여 내는 '꼴레뇨'라는 음식과 직접 발효한 맥주가 유명하다. 이 곳에서는 자리를 안내 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빈 곳에 가서 물어보고 앉으면 그만 인 것 같았다. 유럽에서 자리를 안내 해 주지 않는 식당은 처음이었는데, 서버에게 물어봤더니, 'You can seat there' 라며 빈 곳을 손으로 가리켜 주길래 '아 그런 곳인가보구나' 했다. 


 이 곳의 주문 시스템은 약간 달랐다. 바로 맥주 주문을 서버가 받지 않는 점이었는데, 이 곳에서는 주문을 할때 먼저 서버를 부른 다음에 음식과 마실 음료(맥주 제외)를 주문 하고, 맥주 아저씨가 오기까지를 기다린다. 서버에게 맥주 주문을 해 봐야 나중에 사람이 올 것이라는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의 빨간 옷을 입은 사람이 맥주 아저씨다. 이 맥주 아저씨는 돌아다니면서 고객들에게 맥주를 권하는데, 맥주를 권하기도 하고 그냥 놓고 갈 때도 있다. 그냥 놓고 간다고 무턱대고 먹으면 나중에 와서 귀신같이 알고는 계산서에 다 표기를 하기 때문에 그냥 주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나는 맥주를 먹지 못하는 관계로 맥주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 말에 따르면, '흑맥주지만 부드러운 맛이 있다' 라는 평이다. 정확한 묘사를 하는 분은 아니니 느낌만 참조하도록 하자.


우 플레쿠의 마당

마당에서만 200명은 넘는 손님을 응대 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꼴레뇨


체코 굴라쉬


 음식에 대하여 얘기하자면, 꼴레뇨는 우리가 아는 쫄깃한 족발과는 다르게 매우 부드럽고 또 젤라틴과 지방질과 살코기의 조화가 기가 막히게 맛있는 음식이었다. 예를 들자면 껍질은 흐물흐물한 족발인데 살은 탱탱하고 맛있는 족발을 상상해보자. 유럽 음식이 다들 그렇듯이 기대 이상으로 짭짤했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생강 간 것과 머스타드를 함께 내어오는데, 꼴레뇨를 먹을때 이 양념들과 함께 먹으면 잡냄새는 싹 사라지면서 느끼한 맛이 산뜻하게 잡혀 계속 계속 계속 먹게 되니까, 꼭 생강 간 것과 머스타드를 함께 찍어먹도록 하자. 굴라쉬는 맛 본 것에 의의를 두었다. 맛이 있지는 않다. 참고로 음식을 먹는 중간중간 맥주 이외에도 샷에 담긴 술들을 권하고는 한다. 우리는 그 중에 M뭐시기로 시작하는 벌꿀 술을 먹었었는데, 약 40도 내외의 독주였지만 술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우 달달해서 맛있었다.


 참고로 우 플레쿠에서는 카드로 결제를 하면 어느정도 surcharge가 붙는 것 같았다. 프라하 관광지의 유명 식당 중에 일부는 이러한 곳이 있다고 하니 명심하도록 하자. 정확히 확인하지는 않았고 체감상 7~8% 정도였던 것 같은데, 미리 설명해 주지 않으니 꼭 확인하도록 하자. 나는 결제가 다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어서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까지 또 걸었다. 알고 보니 숙소에서 이 식당 까지는 5분밖에 되지 않는 거리. 체코 구시가는 매우 좁기 때문에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다리와 우버 만으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모든 일정을 마칠 수 있다. 굳이 대중교통을 타려고 알아보고 혹시나 잘못 탔을까 전전긍긍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 밤거리 또한 치안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체코 여행의 큰 장점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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