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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를 빌리려던 우리에게 점원은 '어디보자... 너희 차 리턴이 라스베가스인데 미국에서 멋을 내려면 아메리칸 머슬카 한번 타봐야 하지 않겠어? 현대 소나타 빌릴 가격에 딱 100불만 추가하면 쉐비 카마로나 닫지 챌린저를 내어줄게' 라고 달콤한 제안을 했고 저와 친구는 서로 '그래 그렇게 하자' 라는 눈빛을 보내며 그 제안을 덥석 수락하고 맙니다. 닷지 챌린저도 타보고 싶었지만, 이번세대 카마로가 워낙 잘 나왔다는 극찬을 여기저기서 들었기에 챌린저보단 카마로! 라며 카마로를 빌려왔습니다.
San Francisco의 Twin Peaks 주차장에서...
차에 앉아보고 처음 느꼈던 점은, 유리창은 작은데 생각보다 시야는 굉장히 좋다- 라는 점이었습니다.
낮은 시트 포지션과 작은 앞유리로 인해 겉에서 봤을 때에는 시야가 갑갑할 것 같았으나 직접 안에 앉아 보니 생각보다 시야에 불편함이 없습니다. 차체에 비해 미러가 작은 편이지만 제가 타고있는 BMW 1시리즈의 거울 또한 콩만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미러가 평면 미러이기 때문에 차선 변경시 숄더체크는 필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광각미러를 장착하고 숄더체크를 안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거리감이 좋은 평면 미러에 숄더 체크를 습관화 하는 것이 훨씬 안전한 운전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SF의 숙소에서 옆에 세워져 있던 머스탱과 나란히...
최근 세대의 머스탱은 확실히 세련되고 예쁩니다. 특히 헤드램프의 미려함은 정말... 찬사가 절로 튀어나오는데요, 머스탱이 아닌 카마로를 빌렸던 이유는 단 하나... 머스탱의 렌탈카용 사양은 2.0T 에코부스트 4기통 엔진입니다. 반면 제가 빌렸던 카마로는 v6 3,600cc 자연흡기 엔진이죠. 제가 운전을 처음 시작했던 3년 전부터 엔진의 다운사이징은 공공연한 대세가 되어 왔고 많은 차량들이 터보 엔진을 기본으로 한 라인업을 갖추어 가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점점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접할 기회가 귀해지고 있다는 말인데요, 예로부터 기름을 펑펑 때 왔던 미국에서는 아직도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스포티 카들이 많습니다. 그런 미국에 와서 4기통 에코부스트 엔진의 머스탱을 빌릴수야 없는법 어니겠습니까.
7일동안 약 2,000km를 운전했는데, 역시나 v6 자연흡기 엔진의 리니어한 출력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더군요. 335마력의 사양의 엔진은 여유로운 출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리스펀스까지 갖추고 있어 엑셀을 밟으면 RPM 게이지는 순식간에 레드존까지 매끄럽게 치고 올라갑니다. 거기에 '내가 제일 잘나가' 라고 외쳐대는 듯한 경박한 배기까지... 순정 배기 치고는 너무나도 소리가 크고 요란했지만... 기분 좋은 소리를 내어주더군요. 우렁차게 깔리는 저음도, 귀를 찌르는 고음도 아닌 듣기 편한 배기음이라 심심한 점도 약간은 있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음색의 배기음은 저에게 있어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아, 배기 음량은 진짜 커요, 무슨 슈퍼카인줄.
그러고보니 1만 마일을 탄 차였는데 아이들 상태에서 부들부들 떠는 점은 있더라구요.
Big Sur 에서의 황혼....
스포츠 카라 그런지 핸들에는 패들시프트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는데요, 급가속이나 내리막길 엔진브레이크 같은 상황에서 원하는 rpm 영역으로의 보정을 위해서 패들을 몇번 땡겨봤는데... 패들을 이용한 다운시프트에 한참 걸리네요. 또한 두단을 연속으로 내리는 상황에서는 더 갑갑하구요. 그래서 미션이 바보인가? 라고 생각하다가도, 패들을 안쓰고 페달을 이용해 급가속을 하게 되면 알아서 따닥 하고 다운시프팅을 하는데 그 때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다운시프트 퍼포먼스가 나오구요. 한마디로 패들시프트는 안쓰고 발로 컨트롤 하는게 낫다- 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급가속을 해서 레드존을 찍으면 RPM을 떨어뜨리지 않는 성능시프트 모드에 접어들게 됩니다. 격하게 밟아볼 기회가 없어서 성능시프트 모드에 대한 감회를 적을 수가 없네요.
Death Valley에서...
아메리칸 머슬이라고 하면 주로 상상되는 이미지는 '출렁출렁한 물서스에 직빨만 좋은 영 허접한 차' 였는데요, 카마로를 타보고 나서는 아메리칸 머슬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 싹 사라졌습니다. 일단 서스펜션이 숏스트록의 '매우'단단한 세팅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끔 타는 320i의 m스포츠 패키지(m스포츠서스 장착)보다도 체감상으로는 더 단단했습니다. 이러한 서스 세팅 때문과 파워트레인의 세팅이 잘 어우러져 1600키로가 채 못되는 공차중량에도 불구하고 가/감속 및 코너링시에 꽤나 묵직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 묵직한 느낌은 '차가 굼뜨다' 라는 느낌과는 다르게 '신뢰성 높은 믿을만한 거동' 과 같은 긍정적인 방향의 묵직함이더군요. 실제로 약 한시간에 걸친 구불거리는 산길을 다녀 본 결과 코너에서 흔들리지 않는 믿음직스러운 느낌은 일품이었습니다. 머릿속에 그린 라인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마치 독일차들보다 더 독일차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이건 정말 핸들을 잡아봐야 하는데... 저는 뿅 갔어요.
문을 열고 바라본 모습...
시트는 몸의 흔들림을 잡아주기 위한 것 때문인지 직물시트였습니다. 허벅지와 무릎쪽의 높이가 따로 조절되며 조절 가능한 범위가 넓고 또 시트가 생각보다 몸을 잘 잡아주어 럼버 서포트가 없음에도 편안했구요, 다만 쿠페라 그런지 시트가 뒤로 일정 각도 이상 젖혀지지 않더라구요. 장거리 여행을 할때 한 사람은 조수석에서 자고 한 사람은 운전을 하며 교대를 해야 되는 상황도 있을 터인데... 시트가 약 120도 이상 젖혀지지 않습니다 ㄷㄷㄷ 그 점은 정말 불편했네요.
수납공간은 많지는 않아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은 있는 것 같구요, 송풍구의 모양이 KENU Airframe 거치대를 사용하기에 영 이상한 모양이더라구요. 게다가 센터페시아의 송풍구는 아랫쪽에 있어서... 휴대폰 네비를 사용하는 데에는 많은 에로사항이 꽃핍니다.
그런데 변태적인 송풍구 위치/모양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던 이유가 있었으니... 중앙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안드로이드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모두 지원하더라구요. 안드로이드 오토는 처음 써봤는데, 생각보다 좋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길 안내가 명료하고 한번에 여러 가능한 경로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편리한 점이었구요, 경로상에 위치한 주유소/마트/식당 등등 찾는데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몇 분을 돌아가게 되는지, 이 장소의 별점은 몇개인지' 를 종합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매우 편리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간단후기라 썼는데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종합하자면... 카마로 정말 좋은 차에요. 묵직한 핸들과 단단한 서스펜션, 그리고 V6 엔진에 나름 괜찮은 미션까지 캐쥬얼하게 탈 수 있는 3만불대의 차량으로는 종합 선물 세트같은 느낌입니다. 스타일만 멋진 차가 아니라 내실도 있으니... 미국에서 돌아온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지만, 카마로가 아직도 눈에 아른아른 한 것 보면 정말 멋진 차임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V6 카마로를 탄 것만으로도 이리 행복한데 V8 카마로 SS는 도대체 얼마나 좋은 차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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