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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4 (일)


 원래대로라면 어제 아침 9시에 자그레브 공항에서 렌트카를 픽업해야 했지만, 어제 대체비행편이 지정되자 마자 렌트업체(Sixt)에 오늘 아침 9시에 자그레브 공항에서 차를 픽업하겠노라고 미리 연락을 해 두었고, 오늘 아침 9시가 되자 공항으로 차를 픽업하러 걸어갔다. 숙소와 공항이 약 1km 거리였기 때문에 크로아티아의 아침 햇살을 쐬어볼 겸 걸어가기로 결정했는데, 햇살은 매우 뜨거웠다. 


 자그레브 공항의 sixt 렌트카 카운터는 pick up 카운터와 return 카운터 두 개로 나뉘어 있었는데, pick up 카운터는 20대 초-중반의 여성 두명이 앉아있었고, return 카운터는 30대 초반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빌릴때는 키만 건네 받으면 그만이지만 반납할때는 실랑이가 있을수 있기 때문일까'.


 1400km 뛴, 그러니까 거의 새 차인, 폭스바겐 PASSAT의 키와 서류를 건네받았고, 직원과 함께 차량의 스크래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하여 서류에 기재했다. 문콕이 몇 군데 있었는데, 직원 말로는 페인트가 패여서 철판이 보이는 '스크래치'나, 철판이 쿡 하고 들어가서 눈에 띄는 '덴트'가 아니면 광택만 살짝 죽는 문콕으로는 비용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잘못되면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이니 안심할 수는 없다.


크로아티아의 시내 주차비는 꽤나 저렴한 편이다.

괜히 길가에 주차했다가 견인당하지 말고 주차장에 주차하자.


 Google Maps에 미리 저장해둔 오프라인 지도를 이용하여 자그레브 시내로 향했다. 하루의 일정이 미뤄진 터라 자그레브에 오래 묵을 수는 없었다. 자그레브 대성당 근처의 주차장에 1시간 6쿠나의(1100원) 비용으로 주차를 한 다음, 자그레브의 유명한 대성당으로 향했다. 꽤 오랫동안 걷는 길의 양쪽으로는 테라스를 확장한 노천카페/식당이 줄지어 서있었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과일로 유명한 돌락 시장이 나왔다. 


주차장을 나와 반 옐라치치 광장까지 이어지는 길목엔 이렇게 예쁜 노상카페들이 많다.

급한 마음에 너무 아침일찍 나온 탓인지 문을 연 곳이 얼마 되지 않았다.


History Cafe 라는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 곳을 선택했던 이유는 단 하나, 익숙한 메뉴가 많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포크 립, 스파게티, 샐러드, 닭튀김, 그리고 치킨후라이까지.

비행기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겪은 후라 온가족이 아주 야무지게 먹었다.

특히 왼쪽 끝에 가려서 안보이는 닭튀김이 매우 맛있엇다.


식사가 끝나고 마주친 광경


말을 타고 어디를 가시나요?


 새벽시장이라고 알려진 돌락 시장이지만, 우리가 도착했던 시간은 오후 1시정도였는데도 아직은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었다. 약간의 체리와 키위, 오렌지, 청포도 그리고 자두인지 살구인지 모를 보라색 열매를 샀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체리와 키위는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상품을 가져다 파는 시장인건지 모르겠지만 많이 물러져 있었는데, 돌락시장에서 과일 살때는 꼭 상태를 잘 보고 사기를 권한다. 


돌락시장의 풍경. 과일이 꽤 싸다. 하지만 상태에 유의하자.


 과일을 산 다음 자그레브의 대성당(cathedral) 에 들렀다. 그리고 주변의 큰 광장, 자그레브의 배꼽, 반옐라치치 광장의 Tisak에서 핸드폰에 사용하는 sim카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자그레브 공항의 인포메이션 데스크 옆의 조그만한 기념품 상점에서도 T-mobile이나 TELE2의 선불 심카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자그레브 대성당, 한쪽 탑이 복원중이었다.


세월이 오래되어 형태가 많이 유실된 탑의 첨단과 그 원형


물도 사고 빵도 사고 군것질거리를 살 수 있어서 좋았던 콘줌.

자그레브 대성당 바로 앞에 있고 가격도 비싸지 않다.


반 옐라치치 광장의 트램 승강장.

저 파란 트램 뒤로 심카드를 살 수 있는 조그마한 신문 가판대들이 있다.


 시간은 어느새 두시를 넘어있었고, 일정이 틀어져 자다르까지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곧 출발해야 했다. 더군다나 자다르로 향하는 길에는 라스토케에 들러 1시간이라도 구경을 하려 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급해왔다.


자그레브에서 라스토케 가는 길의 풍경. 

크로아티아에서는 차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면 그냥 이렇게 멋진 풍경이 있다.


실수로 길을 잘못들어 접어든 슬루니 천.

온 동네 총각 처녀들이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윗 사진의 뒷쪽 풍경

연무와 고가와 물과 나무가 잘 어우러진 풍경이 너무 예뻤다.


 라스토케에 가는 길에 슬루니 천이라는 곳을 들렀다. 라스토케 마을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마한 하천이었는데 길을 잘못들어 실수로 가게 된 곳이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에 숨이 멎었다. 때가 여름이라 그런지 온 동네의 젊은 남녀들은 다 나와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남자들의 수영복과 여성들의 비키니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바지와 티를 다 입고 있던 나는 왠지 오래 머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얼른 빠져 나왔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젊은 청춘들이라니, 너무 멋진 풍경이었다. 


 슬루니 천 바로 옆의 마을은, 기대가 커서였을까 아니면 슬루니 천이 너무 예뻐서였을까, 방송에서 보았던 것만큼 화려하지 않았고, 유명세 때문에 관광객이 너무 많이 방문해서인지 아니면 사람 사는 마을이라 원래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곳들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막혀 있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곳도 있었고, 돈을 내고 입장해야 볼 수 있는 마을의 부분들도 있었지만 자다르까지 갈 길은 아직 멀고 석양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기에 어서 길을 떠나야 했다. 시간이 있었더라도 굳이 돈을 내고 입장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라스토케 풍경 #1

물과 어우러진 마을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라스토케 풍경 #2


라스토케 풍경 #3


라스토케 풍경 #4

물이 매우 맑다

 자다르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고, 오래 걸렸고, 그리고 해는 생각보다 빨리 져가고 있었다. 자다르에서 일몰을 볼 수 없을 것을 직감한 우리는 여유있게 가기로 했고, 숙소에 도착해서 먹을 식량도 준비되지 않았기에 장을 보기로 했다. 라스토케에서 자다르에 가는길에는 매우 큰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오늘 저녁에 먹을 고기와 야채 그리고 물과 음료수를 약간 구매했다. 


자다르 가는 길


 부킹닷컴에서 예약했던 숙소에 도착하자 주인 내외가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고, 자다르의 관광에 대해 소개해 주었고 -밤의 자다르는 매우 아름답다고 했다-, 저녁을 챙겨먹었고, 밤의 자다르를 보러 나가기 전에 잠깐 앉아있다 가려고 침대에 기대었는데,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7월 24일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밖으로 나갈 예정이었다면 침대에 기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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