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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2 (금)


 효도여행차 부모님을 모시고 가게 된 크로아티아. 루프트한자를 이용해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까지 가는 항공편이었다. 인천-프랑크푸르트까지는 루프트한자의 A380 기체의 넓은 레그룸과 비교적 편안한 시트를 만끽하면서 잘 왔으나 프랑크푸르트에서 자그레브를 향하는 비행기의 보딩이 시작됨과 동시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유럽의 공항들이 으레 그렇듯이 보딩을 하기 위해서는 게이트가 오픈되고 버스를 타고 멀리 세워져 있는 기체까지 이동을 하게 되는데, 보딩을 위해 버스에 타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비가 무섭게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시 게이트로 돌아가서 기상 상황이 좋아 질 때 까지 한시간정도를 대기 한 후 다시 기체에 탑승 할 수 있었는데, 이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기체에 탑승하자마자 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상으로 인하여 비행 허가를 기다리며 한시간 정도를 비행기 내에서 대기 한 끝에 우리는 다시 게이트로 돌려보내졌는데, 이 때 시각이 자정이 넘어 오늘은 비행 할 수 없으니 공항에서 대기하다 대체 비행편을 발권받아 이용하라는 안내를 접하게 된다. 


 이 때 안 사실이지만,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허브 공항임에도 불구하고 시내의 항공소음으로 인하여 자정이 넘어가면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전문용어로 curfew 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통금이다. '아니 여보시오 이시대에 통금이 왠말이오'


 이와 같은 상황은 여행자보험으로 커버가 되는 경우가 있기에 프랑크푸르트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숙박하기 위하여 입국을 시도 해 보았지만, 근무시간이 철저한 독일인 탓일까, 이민국의 직원이 모두 퇴근해버려 시내로 들어갈 수도 없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반발했지만, 안내하는 직원은 이런 상황이 너무 익숙하다는 듯 아침 6시부터 영업을 개시하는 Service Counter에서 대체 항공편을 안내받으라고만 한다. 결국 노숙을 해야 하는것인데 기내용 담요와 기내용 허리베개를 나누어 주길래 몇장 받아서 깔고 누웠다. 효도여행이 불효특집이 되는 순간이었다. 어이가 없고 막막했다.


여기저기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자리를 잡고 눕기 시작했다.


여행자 보험은 이럴 때 큰 도움이 된다. 

약관집은 항상 보관하며 내가 보상받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이 일을 겪은 이후로 항상 '여행중단보상' 항목이 있는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은 서비스 카운터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이 줄은 매우 매우 매우 느리게 처리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항공사이다 보니 모든 안내는 영어나 독일어로 진행되었고, 그러다 보니 언어적인 문제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 그런 것 같았다.


 약 두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오후에 뮌헨을 경유하여 크로아티아에 밤 11시쯤 도착하는 비행편의 좌석을 확보 할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크로아티아까지 바로가는 더 일찍 출발하는 비행편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미 Fully booked 되었고 게이트에서 대기하다가 자리가 남는 경우에만 탑승 할 수 있고, 그 때 탑승하지 못하면 다시 Service Counter로 와서 줄을 서서 또다시 대체항공편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모험보다는 확실하게 갈 수 있는 편을 택했다. 이미 하루간의 노숙으로 인해 모든 일정이 꼬여버렸지만, 가까스로 다음날에나마 도착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비행편이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한-참 앞에 서있던 내 또래의 한국인 여자는 일찍 가는 비행편을 택했다가 자리가 없어 탑승에 실패하고 다시 서비스 카운터로 돌아와 맨 끝에 다시 줄을 서있었다. 기다리다 지쳤는지 너무 속상했는지 털썩 주저앉아서 울고있는 모습에 위로하기도 미안해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항공편이 확정 된 이후에는 미리 예약해 둔 숙소들에 모두 전화를 해서 일정을 하루씩 밀고 어떤 숙소는 하루를 취소해서 일정을 조절했다. Booking.com에서 예약을 했었는데, 숙소에 전화를 해서 항공편이 결항된 것을 설명하니 기꺼이 날짜를 조정해 주는 곳이 많았다. 맨 첫날 숙박 해야 할 곳은 이미 No Show가 되어버린 상태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Booking.com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니 그 쪽 상담원이 숙소측과 통화를 한 끝에 원래 가격에 20Euro를 더 내면 같은 조건으로 도착 당일 밤에 잘 수 있도록 딜을 했다고 하였다. 참고로 크로아티아쪽 숙소들은 관광객 응대가 많다 보니 영어가 꽤나 잘 통하고 매우 친절하다. 여행 끝날때까지 한결같이 느꼈던 점이지만 크로아티아 국민들이 대체로 활달하고 친절하다.


 렌탈 카 또한 전화를 해서 No Show가 아니니 계약을 취소하지 말아달라고 설명을 했다. Sixt에서 차를 예약했는데, 결과적으로 예약된 기간보다 하루 덜 빌리게 되었지만, 항공편으로 인해서 그런 일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하루 분량만큼 금액을 돌려줄 수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No Show로 인하여 렌탈 계약이 파기된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긴장이 탁 풀렸다. 새삼 드는 생각은 '비행기는 결국 직항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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